Article2011. 6. 25. 18:20

GM 파산, 도요타 낙하…초일류기업 무너지는 건 '현재성과 착시현상' 때문 
지금 수익 좋다, 그건 7년전 신사업 착수할 때 의사결정 잘 했다는 뜻 
급변하는 초경쟁 환경엔 성과는 과감히 잊자 10년뒤 위기를 직시하자

최근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이 갑자기 몰락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대부분 심각한 위기 징조도 없었고 경영진도 성과에 만족하고 있던 최고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갑자기 위기에 빠지고 순식간에 무너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성과 착시현상' 때문이다.

세계 경영자들이 벤치마킹하던 노키아는 작년 말까지도 21세기를 이끌어 갈 부동의 세계 최고 기업으로 존경받았지만,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은 올해 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2007년 말까지 부동의 세계 1위 자동차업체로 군림하던 GM은 불과 1년 만인 2008년 말 주가가 250달러에서 1달러로 곤두박질치며 2009년 초에는 급기야 파산을 선언했다. 또 GM 몰락 직후 세계 1위에 오른 도요타도 정상에 오르자마자 수직 낙하하기 시작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작년 CEO 퇴진까지 불러온 LG전자의 위기는 바로 전 해 사상 최대 성과를 자축한 직후 발생한 것이다. 모두 '현재 성과 착시현상'이 원인이었다.

성과 착시현상은 경영행위와 성과실현 사이의 시간지체(lagging)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면, 기업이 중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때 그 신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즉시 수익을 얻고 성과로 계산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투자 회수까지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진정한 의미의 성과가 실현되려면 최소 6~7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며, 역량과 자원을 조달하고, 시장 테스트를 거쳐 조정을 하면 그제야 성과가 실현된다. 따라서 지금 성과가 높다는 것은 6~7년 전에 의사결정을 잘했던 것이지 지금 경영을 잘하고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미래 위기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 성과가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비전과 전략, 역량과 자원, 시스템, 사업 포트폴리오, 시장 포지션 등이 10년 후 미래 경쟁력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즉 현재 성과와 미래 위기 가능성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별개의 변수이다. 따라서 현재 성과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냉철한 미래지향적 사고를 통해 위기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탐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들은 현재 성과를 자축하다 예상치 못한 위기에 무너지곤 한다. 2009년 말 삼성전자가 분기 순이익 4조원 돌파라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창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건희 회장이 10년 후 삼성이 구멍가게가 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며 엄연한 사실이다.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성과 착시현상에 빠진 고(高)성과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주원인은 '역량파괴적 변화(Competence-Destroying Change)'라는 특수한 환경 변화다. 역량파괴적 변화는 기존 핵심역량의 가치를 파괴해 하루아침에 소용없도록 만들어버리는 환경 변화다. 예를 들면, 특정 기술이 성과창출의 기반이던 기업에 더 우월한 대체기술이 출현하면 기존 기술을 아무리 잘 구사해도 생존이 어렵게 된다. 자신이 지배하던 시장이 없어지거나,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거나, 경계가 파괴되거나, 규제가 바뀌거나, 또는 경쟁의 룰이 바뀌면 현재 성과의 기반인 기존 핵심역량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다. 이때 현재 성과 착시현상에 빠진 기업은 예상 못 한 위기에 갑자기 몰락하게 된다.

2000년 전후에 등장해 신경제, 지식경제, 창조경제, 뉴 노멀 등으로 불리는 21세기 초경쟁 환경(Hyper Competition)은 전형적인 역량파괴적 환경 변화다. 세계화, 기술혁신, 모바일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모든 경계가 파괴되고, 환경이 상시 급변하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극도의 불확실성이 특징인 초경쟁 환경이 눈앞에 닥친 것이다. 대신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쟁우위를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는 상시 창조적 혁신에 강한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21세기형 기업들이 단숨에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보면 정부나 기업 할 것 없이 심각한 '현재 성과 착시'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우리 경제가 현재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미래에도 계속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국가 경제만 보더라도 심각한 공공부문 부채, 가계부채, 고실업, 고령화 등 미래 위기의 잠재 요인이 무수하다. 예측 못 한 치명적 위기가 수시로 발생하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는, 아무리 초일류 기업이라도 현재 성과를 자축하며 축배를 들 시간은 1/1000초밖에 없다(NANO Second Celebration)는 델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 회장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24/2011062401071.html

Posted by ikSkyLand